행사명: ISA Forum of Sociology

날짜: 2021년 2월 23일 – 27일

장소: 온라인(Zoom)

참관기:

IV ISA Forum of Sociology가 지난 2월 23-27일까지 브라질 포루트 알레그레(Porto Alegre)에서 “Challenges of the 21st Century: Democracy, Environment, Inequalities, and Intersectionality”라는 주제로 온라인 Zoom 회의로 개최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되어 어느 곳에서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회의 장소로서 왜 포르투 알레그레로 정해졌는지를 간과할 수 있는 단점도 있다.

2021년은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이 시작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첫 3년 동안 세계사회포럼 개최장소는 포루투 알레그레였고, 이 곳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민주적 세계화, 소농, 이주민, 여성 등의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발현되며, 연대 및 협력을 모색하는 열린 공론장이었다. 물론 2001년 당시 개최도시 포르투 알레그레는 브라질 노동자당(PT)가 집권하고 있어서 세계사회포럼 개최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하였기에 세계사회포럼이 가능했던 것이다. 첫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117개국의 다양한 시민사회 영역의 대표 5,000여명이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 슬로건 하에 함께 모여 ‘지구민주주의’(global democracy) 가능성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세계사회포럼은 사실 매년 1월 말 스위스 다보스에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프레임에 대항하고자 기획되었다. 세계사회포럼 참가자들은 초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지구정의 프레임을 전지구적으로 확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런 맥락에서 ISA 포럼은 세계사회포럼의 20년 역사를 성찰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세계’를 이루고자 고군분투한 지구시민사회운동은 과연 어떤 성과를 이루었으며, 동시에 어떤 한계와 도전을 마주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자리인 것이다. 2008년 세계금융 위기로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악화되며, 기후변화에 대한 전지구적 공동 노력이 흔들리고, 지구생태계의 파괴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지구적 재난이 우리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지구적 불평등, 양극화 그리고 민주주의를 더더욱 위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년 전의 포루트 알레그레에서 감동과 흥분으로 지구민주주의를 외치고 상상한 각국의 시민사회운동 진영은 새로운 사회, 정치, 경제적 환경의 위협과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디지털 세계화와 보이지 않은 지배구조의 확산으로 포퓰리즘, 인종과 부족간 갈등, 가짜뉴스 팽배와 혐오주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침해 등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ISA 공동세션 14(2월 25일) “Youth Activism: Contributions to the Democratic Movements of the 2010s, Repression and New Challenges”주목할 만한 주제이기에 참관하였다. 21세기가 마주하는 새로운 도전은 바로 세대 갈등, 경쟁 문제이다. 특히 2019년에 다시 불붙은 홍콩 민주화 운동을 청년의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 방식의 조직화된 엘리트주의 운동이 아니라 지도부 없이 사회적관계망 서비스를 동원한 새로운 형식의 아래로부터의 청년 학생운동이 주목된다. 이른바 물 흐름처럼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즉각적인 대응전략을 생성해 간다. 사실 홍콩의 민주주의가 중국 정부의 위협을 받고 있지만 보다 본질적인 것은 청년들은 자신의 미래-직장, 복지, 삶의 질, 언어, 문화 등-에 대한 도전을 주목한다. 이후 홍콩의 청년운동은 중국 공산당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부침이 이어질 것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청년운동은 현재 전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청년들이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언제든지 낼 것이며 그것이 제도권 밖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다.

다음으로 공동세션 20(2월 27일) “Another World Is (still) Possible: the Future of Global Movements and the Pandemic” 주제도 흥미로웠다. 팬데믹 시대에 전지구적 사회운동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가는 거시와 미래를 연결시켜야 하는 한국 시민사회 큰 함의를 준다. 20년 전의 비전과 구호는 아직도 유효한가? 팬데믹으로 국경은 막히고 사람들은 지역에 갇히고 전지구적 문제보다 자기 지역 문제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초국적 자본은 더욱 섬세하게 미시적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환경 파괴 속도가 늦추어진 것을 보고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팬데믹에 대응하는 속도나 역량은 사회계층별로 다르며 이것이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세계사회포럼 20주년을 맞이하여 학자들은 새로운 환경변화에 부합하는 전지구적 사회운동을 준비할 것을 요구한다. ‘더욱 지역에 기반한 운동(more localized movement)’을 추구하며 동시에 디지털 세계화 환경 속에서 다양한 영역의 지역운동이 연결되고, 연대하고, 협력하는 지속가능한 지구사회운동을 추구할 것을 주장한다. 물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세계사회포럼의 원칙-개방성/다양성, 형평성/수평적 관계, 조직이 아닌 공간-을 견지하는 것이다. 이 원칙을 놓치는 순간,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사회적 약자의 설자리는 사라지고, 기업과 국가의 개입과 영향 하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엄청난 규모와 속도로 건설되는 데이터센터를 고려할 때 온라인 줌 회의는 생태적으로 위협이 된다는 것을 시민사회운동은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할 것인가는 흥미로운 질문이다. 진정 ‘새로운 대안 세계화 운동’을 모색할 시점이다. 이런 다양한 도전과제가 다루게 될 2022년 세계사회포럼 (멕시코 개최)가 자못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