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아연과 도요대 글로벌혁신센터 공동으로 기획한 특강시리즈 마지막 순서는 19일 Shoko Iwata (Otemon Gakuin University) 교수의 발표로 진행하였다. 이와따 교수는 스페인과 일본의 대표적인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순례길(pilgrimage routes)을 비교분석하였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오사카와 가까이 있는 와카야마현 타나베시 구마노코도 순례길을 비교하며 지방정부가 어떻게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환경과 조화로운 지역 방문 체험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지를 보여주었다. 궁극적으로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자연문화유산을 보전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가에 대한 많은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준다.
두 사례가 종교와 자연환경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순례길에 내국인은 물론 전세계 방문객을 유치하려는 전략을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위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반감을 적극 수용하여, 단체여행보다는 개별여행, 불편한 여행, 소란스런 단체여행이 아닌 차분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내적 치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그런데 과연 이 지역 문화유산 순례 공간은 누가 기획하고 참여하는가는 자세히 드러나지 않는다. 여전히 정부가 기획하고 서구의 선진 전략과 기술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비판적 질문에 일본 구마노코도 순례길은 자신만의 독특함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론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연결시켜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를 바라지만 규모(걷는 거리, 숙박시설, 지역 주민 참여 등등)에서 분명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 발표를 들으면서 제주 올레길을 떠올리게 되었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우리는 고행, 성찰, 힐링을 하고 있는가? 무작정 걷는가? 올레길이 일본 규슈로 몽골의 초원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제공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서구인들이 점차 일본의 로컬로 발길을 옮기는 이유가 구마노코도 같은 순례길이 지속적으로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이런 순례길보다 화려한 등산복을 차려입고 음악을 틀어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둘레길로 몰린다. 비록 육신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정신 건강, 힐링, 성찰, 연대와 상생의 길을 고민하는 시간이 더욱 절실하다. 한국 지역사회도 이런 순례길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