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프로그램 2022 <아시아 시민사회 워크숍 시리즈 4>
주제: <붕새의 날개, 문명의 진로>: 아시아의 시각에서 본 문명전환의 방향
발표자: 김상준(경희대학교)
사회: 임현진(아시아연구소)
토론: 공석기(아시아연구소)
일시 및 장소: 2022년 9월 29일 화요일 14:30-16:30 @아시아연구소 303호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시민사회 프로그램은 아시아 시민사회 워크숍의 4번째 순서로 경희대학교의 김상준 교수를 초청해 ‘아시아의 시각에서 본 문명전환의 방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아시아연구소 시민사회 프로그램의 디렉터로 계신 임현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사회를, 공석기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이 토론을 맡아 주셨다. 이외에도 각 분야의 연구자와 교수, 학생 등 총 20여 명이 참석하여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임현진 교수의 사회로 시작된 이번 세미나는 작년 출간된 김상준 교수의 저서 <붕새의 날개, 문명의 진로>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김상준 교수는 저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류 문명사의 큰 흐름을 조망하고 앞으로의 문명전환의 방향을 예측했다.
김상준 교수는 우선 각각의 사건과 그 사건들이 엮어서 만들어지는 흐름을 세계사와 문명사의 주역으로 보는 자신의 관점을 소개했다. 사건들은 각자의 운동성과 에너지는 지니며, 그러한 사건들이 갖는 의미와 그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더 큰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김상준 교수의 시각이었다. 또한, <장자>에 나오는 붕새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동부에 걸쳐 있는 아시아 계절풍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이를 하나의 구역으로 묶어내는 시각도 흥미로웠다.
김상준 교수는 문명의 성장과 근대를 이끄는 두 가지 종류의 힘으로 팽창(expansion)의 힘과 내장(內張, inpansion)의 힘을 제시했다. 팽창의 힘이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인 힘으로, 힘이 센 곳에서 약한 곳으로 작용하는 낙차 에너지였다. 제국주의 시기 아시아에 대한 서구 열강들의 식민주의적 팽창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반면 내장의 힘이란 내부적으로 힘을 키우는 것으로, 안쪽에서 밀도를 높이는 밀도 에너지였다.
김상준 교수는 이러한 두 가지 힘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문명전환의 방향을 예측했다. 수천 년간 인류 역사와 문명의 흥망성쇠를 추동해온 팽창 에너지가 한계에 봉착했으며, 앞으로의 문명은 내장 에너지가 이끌어 나가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공석기 박사와 참가자들은 이러한 예측이 인간 이성에 대한 믿음에 기초한 계몽주의적이고 낙관주의적인 인식에 기반한 것이 아닌지 질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상준 교수는 역사의 주인공을 사건으로 보는 관점을 강조하며,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발생해온 사건들을 추적하고 분석해보면 과거에 비해 분명히 팽창 에너지의 힘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거시적인 시각에서 인류 문명사를 조망하고 큰 추세를 읽어내는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문제 제기라는 임현진 교수의 평을 끝으로 세미나는 마무리되었다.
이외에도 오늘날 개인화, 파편화 되어가고 있는 시민사회가 내장 발전을 이끌어 나갈 힘을 갖고 있는지, 지속적인 팽창을 요구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내장 발전이 가능할지 등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내장 발전을 확정된 미래로 여기고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내장 발전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