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2025 SNUAC – ASPOS Joint Conference: Democracy, Community and Innovation in East Asia
일시 및 장소: 2025년 11월 29일 Otemon Gakuin University
지난 11월 29일 2025년 SNUAC–ASPOS 공동학술회의가 「Democracy, Community and Innovation in East Asia(동아시아의 민주주의, 공동체, 혁신)」를 주제로 일본 오사카의 오테몬 가쿠인 (Otemon Gakuin) 대학교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는 아연 시민사회프로그램 (임현진 창립소장)이 지난 15년간 일본 정치사회학자들과 연구 교류, 공동 프로젝트, 지속적인 대화, 진실된 우정을 이어가는 자리면서, 현재 동아시아 지역이 직면한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변화를 다각도로 조망하는 시간이었다. 발표와 토론에서 동아시아 사회가 당면한 디지털 전환, 불평등 확대, 고령화 심화, 기후위기, 시민적 삶의 분절화 등 구조적 변동의 파고 속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하고 재구성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발표 주제(일본 4명, 한국 3명)는 △돌봄 기반 민주주의와 지역 회복력 △혁신 생태계 구축과 시민 참여 △에코컬처 커먼즈와 지역 거버넌스 등을 다루었고, 특히 기술·사회·문화적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특히 공석기 박사의 ‘돌봄민주주의(Caring Democracy)’이 주목을 받았다. 오늘날 동아시아 사회가 직면한 민주주의 위기를 제도 개혁이나 기술 혁신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하며, 민주주의의 토대를 시민의 삶과 관계, 그리고 돌봄의 윤리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투표와 절차의 문제를 넘어 일상적 상호의존성과 공동체적 책임을 기반으로 재구성해야 할 문명적 과제”라고 규정했다. 그의 접근은 단순한 이론 제안이 아니라, 고령화, 공동체 붕괴, 플랫폼 자본주의로 인한 사회적 고립 등 동아시아적 현실을 직면하는 실천적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그는 “돌봄 없는 민주주의는 공허하다”며, 지역 공동체의 회복과 사회적 경제, 돌봄 생태계 구축이 민주주의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라고 역설해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조지 하라(George Hara) 교수의 ‘공익자본주의(Public Interest Capitalism)’ 제안과도 깊은 맥락적 연속성을 이루었다. 하라 교수는 기존 주주 이익 중심의 자본주의가 사회적 불평등과 공동체 파괴를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자본의 목적을 ‘공익 증진’으로 재정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전 세계 어디서나 건강하고 교육받은 두터운 중산층을 형성하고, 모든 사람이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였다.
공 박사의 돌봄민주주의가 시민적 관계성과 생활세계의 복원을 민주주의 구제 전략으로 제시한다면, 하라 교수의 공익자본주의는 경제체제의 목표를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서 두 논의는 서로 다른 출발점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재구성은 인간의 삶과 돌봄을 중심에 둘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동일한 지향점을 공유하고 있다. 이 발표들은 기술 중심 혁신 담론이 지배적인 현 상황에서, 인간적 조건과 공익적 가치를 민주주의의 새로운 기반으로 상정해야 한다는 강력한 문제제기로 평가받았다. 이후 종합토론에서 참가자들은 돌봄, 공익, 공동체라는 키워드가 향후 동아시아 민주주의 연구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학술회의를 마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하면서 15년의 한-일 연구 협력 경험을 동아시아로 확대하기로 하였고, 2026년 8월에는 몽골에서 더 다양한 학자들이 모여 학제 간 연구 협력 강화, 교류의 제도화, 지역 기반 혁신에 대한 새로운 실험을 함께 이어가기를 합의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