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ISA 참관기 (공석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국사회학회 세션: ‘정의와 인권 회복’(The Restoration of Justice and Human Rights)

2023년 6월 29일 오후 3시 호주 멜버른 컨벤션에 216호에 다수의 한국 사회학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 보통의 국제학회에서 한국 이슈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 세계사회학에서는 해외 학자 중에 한국에 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세계사회학회 한국주제 세션은 임현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며 서울대 명예교수가 기획하였고, 그 주제에 맞는 연구자 섭외를 비롯한 세션 조직은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한국사회학회장이 담당하였다. 세션 정보(좌장, 발표자 및 발표제목)는 아래와 같다.

ISA Korea National Associations Session on “The Restoration of Justice and Human Rights”

Hyun-Chin Lim, (SNU) Chair

– Il Joon Chung (Korea University), “Does Judicialization of Politics Promotes Justice? Diplacement of South Korean Politics”

– Suk-Ki Kong (SNU), “Reclaiming Democratic Citizenship against Algocracy in the Pandemic Era”

– Hyomin Park and Wonho Jang (University of Seoul), “The Effect of Uncertainty on Justice Evaluations”

– Chunwoong Park (Jeonbuk Natinal University), “Developmental Mind in Post-Colonial Cold War South Korea, 1960-1980s”

– Joon Han (Yonsei University), “Human Rights Situation in South Korea: Results from National Social Surveys”

– Dong-Hoon Seol & Taeseok Jeong (Jeonbuk National University), “Social Identities and Mutual Perceptions of the Two Types Migrants Created by the Divsion System of Korean Peninsula”

특별히 이번 세션은 6명의 발표자가 모두 직접 현장에서 발표하였다. 발표 주제도 한국사회가 현재 고군분투하는 이슈 즉 민주주의 위기, 시민권, 불안과 공정, 배태된 발전주의, 한국 인권상황 부침, 그리고 실향민과 탈북민 이슈 등을 다루었다.

주지하듯이 한국은 돌진적 근대화 과정에서 분단상황과 개발독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외적으로 눈부신 변화를 달성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성장 이면에는 중층적으로 결합된 복합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디지털 혁명과 초국적 연결사회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한국사회를 세계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무방비 상태로 내몰았다. 중국의 부상으로 날로 첨예화되는 미중 패권 경쟁, 기후위기와 연결된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및 식량 주권 이슈는 한국 사회를 끊임없이 위기 국면으로 몰아놓고 있다. 2022년 윤석열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동안에 당연하게 여겼던 가치와 사업 그리고 과정이 흔들리고 있다. 이번 세션은 한국 사회가 향후 어떤 이슈에 주목하고 그것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위해 어떤 도전을 극복해야 하는지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세션에서 발표된 6개 주제발표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발표자는 고려대 사회학과 정일준 교수가 “법 제도를 동원한 통치(judicialization)가 과연 정의를 구현하는가?라는 도전적인 발표를 하였다. 30년 넘게 검찰조직에서 생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과연 그가 법치에 근거하여 한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한국정치는 탈군사화(군사정권에서 문민정권으로 전환)라는 민주화 이후에 이제 다시 법조계 인사들이 정권을 독점하는 시대가 되었다. 문제는 검찰조직이 정치의 요직을 차지하면서 법에 의한 민주주의를 강조한다. 불법만 아니면 다 된다는 것이다. 양심과 도덕은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자유’ ‘법치’를 강조하지만 그 잣대를 누가 만들고 누가 적용하는가? 과연 검찰지배의 시대로 전락할 것인가?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서 한국 사회는 그저 선거정치에만 주목할 것인가? 디지털 혁명과 알고리즘 지배 시대를 맞아 선거정치에서도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이 작동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검찰지배정치는 한국 민주주의의를 더욱 후퇴시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두 번째 발표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의 공석기 연구교수가 소위 K-방역에 대한 국내외 찬사의 뒤안길을 비판하며 합의와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인내와 순종을 시민하게 요구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특별히 한국 사회에서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 침해가 고스란히 늘어났으며, 팬데믹 이후 사회적 영향이 불공평하게 미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더 나아가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는 디지털 혁명과 알고리즘 지배에 기초한 플랫폼 경제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과 인권침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민주적 시민권의 회복이며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이 개인의 공간으로 위축되기 보다 공공영역으로 나와 상호 소통하고 협력하는데서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함을 지적하였다.

세 번째 발표는 서울시립대 사회학과의 박효민 교수와 장원호 교수가 공동으로 준비하였고, 그들은 ‘정의에 대한 평가에서 불확실성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가를 양적분석을 진행하였고, KGSS 자료를 활용한 예비적 연구라고 소개하였다. 사람들은 공정과 정의에 대해 이것이 중립적인가, 신뢰할 만한가, 그리고 편파성의 여부에 따라 공정과 정의를 평가한다고 보았다. 소득수준에 따라 사람은 정의 평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작동하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은 정의 평가에 대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통계적으로 보여 주었다. 정의로운가에 대한 평가는 곧 보상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늘 흔들리게 됨을 재확인하였다.

네 번째 발표는 전북대 사회학과의 박천웅 교수가 한국 전쟁 이후 냉전체제 국면(1960-80대)에서 ‘발전마인드’가 어떻게 배태되고 작동하였는지는 지식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개발독재 근대화 과정에서 국가주도 발전전략 연구가 많이 진행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식인과 관료들이 어떻게 발전주의를 사회적으로 구성했는가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 정부 정책기획의 요직 공무원과 연구기관 지식인 간에 정책 협력과 갈등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였다. 일본 식민지 유산과 미군정의 영향으로 발전주의는 국가주의, 조합주의, 중상주의 그리고 통화주의를 결합한 결과물이다. 즉 한국의 국가주도 발전주의는 일본교육 시스템을 통해 학습하고 추후에 미국식으로 재사회화를 거친 관료들과 지식인들이 유연하게 재구성한 이데올로기적 모델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발표는 연세대 사회학과 한준 교수가 한국의 인권상황을 최근의 [국가인권통계] 조사 내용을 토대로 한국 인권의 부침과 새로운 도전에 관한 내용이다. 절차적 민주화 달성의 하나의 지표로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 설치를 들 수 있다. 2019년부터는 국가인권통계가 법제화되어 매년 인권의식 및 침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인의 인권의식은 분명 높아지고 인권도 많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차별의 문제 그리고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인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한계를 노정하고 있으며, 특별히 세대와 젠더에 따라 인권에 대한 인식과 차별경험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마지막 발표는 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와 정태석 교수가 한국 사회가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발생한 실향민(한국 전쟁 때 이남으로 내려온 월남 한국인)과 탈북민(북한 국경을 넘어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온 북한 주민)에 대한 정체성과 상호 인식비교에 관한 것이다. 전자는 분명 이주민이 아니라 현재 한국사회에 정착하고 있는 주민이지만, 후자는 분명 한국으로 새터전을 마련한 이주민이다. 한국인은 월남민, 국제결혼 외국인(귀화 한국인), 탈북민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순으로 사회적 거리가 멀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시간 제약으로 주제 발표와 토론이 충분하게 연결되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 남는다. 참석자 중에는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관리 과정에서 나오는 인권 침해에 대해 관심일 표명하며 특히 심각하게 사회적 차별받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부연 설명을 요구하였다. 한국 인권상황 및 개선과 관련하여 인권정책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