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 시민사회운동이 마주한 현실에 관한 성찰적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한 서로 다른 세대에 속하는 세 사람의 연구자가 공동으로 작업한 결과입니다. 1980년대 말 이후 실질적 민주화 및 정치개혁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 1990년대 시민운동 전성시대에 중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시민운동을 연구한 사회학자/작가 정수복, 그리고 2000년대 들어 급속히 전개된 전지구화 속에서 지구 시민사회와 초국적 사회운동에 주목한 공석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가 단일 연구팀을 구성하여 시너지 효과를 자아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연구팀이 시민사회운동에 ‘집단분석방법론’을 한국 최초로 적용한 실험 결과의 보고서라는 점입니다. 집단분석방법론이란 연구자가 사회운동의 당사자와 그를 둘러싼 주요 세력의 대표자들을 초청하여 서로 마주 앉는 상황을 만들고 입장을 달리하는 행위자들 사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대화와 토론을 유도함으로써 사회운동의 지향성을 밝히는 공공사회학의 방법론입니다.
이번 공동연구는 그동안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시민사회 프로그램이 10년 가까이 축적한 한국과 세계 시민사회운동 연구 성과 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집단분석에는 연구팀이 선별하여 초청한 시민사회단체 중견 활동가를 중심으로 정부, 기업, 시민사회 영역의 주요 구성원들 그리고 MZ세대의 활동가들이 참여했습니다. 4차에 걸친 집단분석에서 참가자들은 연구팀이 제시하는 가설과 문제를 중심으로 하나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서로 마주 보며 진지하게 대화하고 토론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 상황의 당사자들이 마주 앉아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면서 상호 이해를 높이는 집단분석방법론을 통해 사회적 갈등 상황에 대한 학문적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갈등의 당사자들이 상호 존중 속에서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사회 전체의 공공선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집단분석 방법론의 이론과 적용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다음 한국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집단분석 결과를 자세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II 부와 III 부는 1부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미래 대안을 모색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국가(정부)-시장(기업)-시민사회(시민사회단체) 삼자가 각자의 영역에서 제 역할을 하면서 상황에 따라 상호 경쟁, 지지, 비판하는 창조적 선순환이라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시민사회운동이 침체된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방안으로 운동성 유지, 정체성 확립, MZ세대의 참여, 선순환적 자원동원 방식 개발, 디지털 사회에 대한 적극적 대응, 지역의식과 지구의식을 연결시키는 풀뿌리 세계시민 교육 등의 실천적 과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이 책이 정부, 기업, 시민사회단체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선진화(先進化/善進化)를 모색하는 여러 중요 기관과 단체에서 수고하고 있는 여러분들, 언론계, 법조계, 학계, 종교계,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전문가집단의 구성원들은 물론 공공선 증진에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도 널리 소개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